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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유의 세상 촉] 적극 행정과 소극 행정의 두 얼굴

작성일 : 2023.01.17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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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유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미국 역사상 에이브러햄 링컨처럼 촌스럽고 소박한 이미지의 대통령도 없었던 것 같다. 덥수룩한 수염에 가냘프게 보이는 얼굴은 서민적으로 보였다. 도도하고 귀족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링컨은 서민적 이미지를 정치적으로 활용했다. 미국 대통령 가운데 턱수염을 기른 인물은 거의 없었는데 링컨은 수염을 기르고 모자를 썼다. 인물 사진도 정치에 적극 활용했다. 링컨이 ‘사진 정치’의 원조로 불리는 까닭이다.

링컨, 턱수염과 모자 ‘이미지 정치’ 성공

링컨은 자기 창조를 했다.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바꾼 이미지 정치를 구현한 것이다. 그가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링컨은 적절하게 타이밍을 잡고 변곡점의 리듬을 탈 줄 아는 나름의 노하우(Knowhow)가 있었다. 정치든, 비즈니스든, 사랑이든 별반 다르지 않다. 긍정의 이미지를 부각해야 호응을 얻고 힘을 받는다. 행정도 마찬가지다. 적극적으로 긍정 이미지를 심어줘야 성공할 수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월 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으로서 적극 행정을 펼쳤는데 정치 검찰이 함정을 파놓았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검찰의 조작 수사 의혹, 정치보복으로 규정했다. 이 대표는 경기도 지사 재직 시절에도 적극 행정을 강조했다. 2018년 10월 4일 경기도청에서 열렸던 ‘공감‧소통의 날’ 행사의 발언을 보자.

“공직자들은 보통 네거티브에 익숙한 보수성을 지니고 있다. 이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모험을 하다가 큰일이 나면 안 되기 때문에 위험한 시도를 마구 해선 안 된다. 그러나 우리의 삶을 개선하는 영역에서는 얼마든지 새로운 시도가 가능하다. 보통 정책 제안이나 민원이 접수되면 안 되는 방향으로 생각하는 것이 익숙하다. 하지만 행정은 적법하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위법하지 않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이다. 법에 부합하는 것만 골라내는 건 올바른 행정이 아니다.”

“위법 아니면 뭐든?”…위험한 행정은 경계

이재명 대표의 이 발언은 여러 해석을 낳는다. “적극적으로 일하자”며 공무원을 격려한 것일 수 있지만, “법에 부합하는 것만 골라내는 건 올바른 행정이 아니다”라는 대목은 논란이 될 수도 있다. 취지가 좋더라도 법에 부합하지 않는 행정을 하는 게 옳은 일인가? 위법하지 않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게 합당한가? 그런 의문이 현재까지 이어진다. 

공무원의 복지부동, 탁상행정, 무소신 행정에 대해 국민이 죽비를 내려친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영혼 없는 공무원’도 문제지만, 아예 납작 엎드려 있는 공직 세계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그러자 정부는 ‘적극 행정제’를 도입했다. 3년 전이다. 좋은 제도 같지만, 한편으론 뭔가 이상하다. 적극 행정을 하면 상도 주고 우대한다는데 공무원이 열심히 일하는 것 당연하기 때문이다.
  
물론 긍정적인 효과도 크다. 적극 행정제 도입으로 공무원의 반짝반짝한 아이디어가 주민들의 삶을 편하게 한 사례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의 따릉이(자전거 이용 서비스), 경기도와 세종시의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충청남도의 100원 택시 등은 널리 알려진 모범사례다. 공무원이 민생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머리를 짜내 만든 행정이다. “왜 진즉에 이런 행정을 하지 않았나”라는 아쉬움이 들 정도다. 

소극행정은 구조적으로 문제 풀어야

여기서 짚어 볼 대목이 있다. “왜 공무원이 소극적으로 일할 수밖에 없는가?”라는 질문이다. 역량이 부족해서일까? 민간기업처럼 쪼는 문화가 없어서일까? 대충 일해도 꼬박꼬박 월급이 나와서 그럴까? 힘든 일을 굳이 나서서 할 이유가 없어서일까? 일한 만큼 보상이 없어서일까? 원인은 복합적일 것이다. 핵심은 시스템에 있다. 개인에게 적극 행정을 떠넘기지 말고, 구조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공직사회가 역동적으로 바뀐다. 

그런데 아리송하다. 적극과 소극의 구분 말이다. 정부는 ‘국민을 웃게 하는 적극 행정’이란 “공무원이 불합리한 규제의 개선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적극 행정 유형으로는 ▶새로운 행정수요나 행정환경 변화에 따른 선제적 대응 ▶불합리한 규정과 절차, 관행 개선 ▶환경변화에 맞게 규정 적극적으로 해석·적용하는 행위 등을 꼽았다.

반면 소극적 행위는 “공무원의 부작위 또는 직무태만 등으로 국민의 권익을 침해하거나 국가 재정상 손실을 발생하게 하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그 유형으로는 ▶적당히 형식만 갖춰 업무를 처리하는 행태 ▶책임회피 ▶불합리한 관례 답습 ▶관 중심의 행정 등을 꼽았다. 이런 유형까지 예시하는 현실이 웃기고도 슬프다. 오죽하면 이렇게까지 할까. 각성이 필요하다. 

강화군, 명품행정 발굴해 전국 모델 만들길

사실 지자체들은 곤혹스러워한다. 매년 적극 행정을 선정해야 하는데 대상자를 뽑지 못하면 ‘무능 지자체’로 찍힐 수 있어 의무방어전을 치른다. 어이없는 일이다. 이번 설 연휴에 공무원들은 민생보다는 자신들의 봉급이나 연금을 더 걱정할지도 모른다. 반면 국민은 공무원들의 소극행정과 책임을 나무랄 것이다. 이태원 참사 과정에서 국민이 적나라하게 목도했기 때문이다. 공무원의 이미지 변신은 절실하다. 링컨의 이미지 변신 노력을 참고할 만하다.

강화군에서도 ‘적극 행정 강화군 우수 공무원’을 선발하고 있다. 강화군은 적극 행정 공무원에게 ▶우수공무원 인사상 인센티브 ▶사전컨설팅 감사 운영 ▶적극 행정 면책제도 ▶적극 행정 보호관제(법률지원 담당) 시행 등의 우대와 보호제도를 운영 중이다. 공무원 간 자극도 되고 경쟁 유발도 될 터이다. 강화에서 발굴한 ‘명품행정’이 전국 모델이 돼 방방곡곡의 지자체로 확산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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