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양영유의 세상 촉] 차밍(Charming) 강화, 2000만 강화 관광 시대를 열자

작성일 : 2023.01.09 17:15 수정일 : 2023.01.09 17:17

작성자 : 양영유

카카오톡 라인 밴드 트위터 페이스북


<양영유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1. 세밑 강화는 붐볐다. 2022년 12월 31일 오후 5시, 한 해의 마지막 해를 보려는 행렬이 강화 해안도로 곳곳에 이어졌다. 일몰은 웅장했다. 해마다 마지막 날 일몰을 고향 바다에서 봐온 터라 이번에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달랐다. 양도면 건평리 해안도로 일대는 차량으로 북새통이었다. 차선 하나는 아예 주차장으로 변했다. 그래도 사람들은 행복해 보였다. 석모도 쪽으로 기울어 가는 해를 보면서 연신 사진을 찍었다. 
   
#2. 순간 당황했다. 승용차를 몰고 나온 게 불찰이었다. 주차할 곳이 없었다. 하일리 해안도로까지 삐죽삐죽 운전하다 유턴에서 다시 건평항으로 돌아왔다. 그사이 뉘엿뉘엿 해가 떨어졌다.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안녕, 임인년의 마지막 해야! 일몰을 즐긴 사람들이 너도나도 차를 빼기 시작했다. 해안도로는 교통체증이 극심했다. 그 틈을 경운기 한 대가 지나갔다. 동네 형이었다. 파 작업을 마치고 귀가 중이었다. 풍경이 오버랩됐다.

#3. 2023년 1월 1일 오전 6시 30분. 강화도 마니산은 인산인해였다. 넓직한 마니산 입구의 주차 공간이 모자라 인근 도로까지 차량이 점령했다. 계묘년의 일출을 보며 마음을 다지려는 사람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산을 올랐다. 전국에서 기(氣)가 가장 세다는 생기처(生氣處)로 알려진 명산의 기를 온몸으로 느끼려는 욕(慾)도 있을 터였다. 어린아이들도 있었다. 추운 날씨에 대견해 보였다. 수도권에서 몰려온 일출객들의 얼굴은 밝았다.

#4. 등반은 조심스러웠다. 강추위에 눈이 얼어붙어 곳곳이 미끄러웠다. 휴먼 트래픽(Human Traffic). 사람들이 많아 속도를 내서 올라가기가 힘들었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서두르지 않았다. 행복한 동행이었다. 마니산 정상에서 일출을 감상하기에는 공간이 비좁았다. 사람들은 8부, 9부 능선 어느 곳에서든 장엄한 새해의 해를 보며 2023년의 설계를 다짐했다. 대한민국 그 어느 곳보다도 아름다운 명소였다. 

고향의 일몰과 일출 풍경은 강화의 희망

임인년(壬寅年) 마지막 날과 계묘년(癸卯年) 첫날에 필자는 강화의 희망을 다시 보았다. 강화를 찾는 이들이 저리 많은 것은, 또 강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저리 많은 것은 축복이었다. 그 축복을 강화 것으로 체화해 역사·문화·관광의 진정한 승자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오롯이 강화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잠시 바람 쐬러 오는 곳이 아니라 강화의 향기를 만끽하며 돈을 쓰게 만들고, 이사 오게 만드는 매력적인 ‘차밍(Charming)’ 강화가 필요한 것이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강화도 관광객의 발길은 예전만 못했다. 다행일 수도 있다. 강화군 전체 군민의 절반이 코로나에 한 번쯤 걸릴 정도로 고통을 겪었다. 코로나 초기에 강화대교와 초지대교에서 발열검사를 하며 강화군민의 건강을 지키려 했던 강화군의 노고(勞苦)는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 적극 행정과 군민 우선 행정이 강화의 힘이자 브랜드 파워가 될 수 있다. 관광 분야에서도 이제 낡은 루틴을 벗어나 새로운 발상을 해야 한다.

한국방문의 해를 강화 방문의 해로 만들자 

마침 정부는 2023년을 대한민국이 관광대국으로 가는 원년으로 설정했다. ‘2023~2024 한국 방문의 해’가 시작된 것이다. 정부는 케이-관광의 3대 추진전략으로 ‘3C’를 내걸었다. 관광과 케이-컬처의 독보적인 융합(Convergence), 매력적인 볼거리(Charming attractions), 편리하고 안전한 관광(Convenience)이다. 정부가 케이(K, 코리아를 의미) 관광을 강조하지만, 강화군에서는 K-강화 관광을 모토로 강화 관광객 2,000만 시대를 정착시킬 전략을 짜야 한다. 

강화군의 누적 관광객은 2019년 1,000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2020년에는 1,500만 명을 넘어섰다. ‘강화 문화재 야행’이 한국 야간관광 100선에 선정됐고, 강화읍 원도심 도보여행은 2021~2022 ‘한국 관광 100선’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이제는 강화 관광객 2,000만 명 시대의 정착이 눈앞에 다가왔고, 전국 최고의 명품 강화를 각인하는 폭발력을 보여야 할 때다. 볼거리, 먹을거리, 찾을거리의 세 요소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

설악산·내장산·한라산 못지않게 강화하면 마니산이 있고, 전등사·석모도·교동도가 뒤를 든든하게 받쳐준다. 더욱이 교동도는 화개정원 개장으로 수도권 시민들의 매력적인 탐방 장소가 될 수가 있다. 하지만 서울 사람들은 그런 사실을 잘 모른다. 정보가 부족하다. 강화군 홈페이지를 들어와 보면 잘 알 수 있지만, 그런 노력까지는 잘 하지를 않는다. 보다 공격적인 홍보 전략이 필요하다. 옛 명성과 유적지에 기댄 관광객 유치는 수동적인 행정인 까닭이다.

‘볼거리·먹을거리·찾을거리’ 정비하자 

아쉬운 것은 먹을거리다. 한국 불고기, 터키 케밥, 일본 초밥, 미국 햄버거, 이탈리아 피자처럼 강화는 무엇인가? 밴댕이일까, 갯벌장어일까, 꽃게일까, 순무김치일까, 인삼일까, 젓국갈비일까? 서울 사람들은 강화에서만 즐길 수 있는 토속 음식을 원한다. 토속 농산품과 토속 음식은 결이 다르다. 관광객은 토속 음식 한 끼로 강화를 음미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딱히 “이거입니다”라며 추천하는 게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다. 그런 점도 고민해야 한다.

찾을거리는 강화에 즐비하다. 강화 나들길에 그 해답이 있다. 선사시대의 고인돌, 고려시대의 왕릉과 건축물, 조선시대 진보와 돈대, 세계적 갯벌, 저어새 등 철새가 서식하는 섬은 천혜의 도보 여행길이다. 이 또한 제주 올레길과는 차원이 다른 매력이 있는데 서울 사람들은 잘 모른다. 매력적인 바닷가 도보길을 안내하는 디지털 영상을 더 매혹적으로 만들어 알려야 한다. 디지털 방송과 언론을 통한 새로운 홍보 전략도 필요하다. 

아쉬운 것은 난개발이다. 강화도의 해안가 곳곳에 펜션과 카페가 즐비한데 강화의 고유한 정취와 풍경을 헤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도시민의 별장으로 사용하는 집들은 인구 유입이나 강화군민의 경제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강화 관광객 2,000만 시대와는 다른 문제 아닌가. 잘 숙고해봐야 한다. 강화는 매력 덩어리다. 연말연시에 인산인해를 이룬 일몰, 일출 관광객이 그걸 증명해 줬다. 케이-관광을 넘어 강화-관광시대를 열자.

카카오톡 라인 밴드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