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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복의 우리말 산책]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의미

작성일 : 2023.01.09 17:11

작성자 : 배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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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복 작가 / 前 국립국어원 표준어 심의위원>

토끼는 예부터 영민한 존재로 우리에게 친근한 동물 
토끼처럼 여러 장애를 훌쩍 뛰어넘는 한 해가 됐으면

2023년 새해 태양이 힘차게 솟아올랐다. 올해는 간지(干支)상으로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다. 토끼는 예부터 영민함과 충직함의 상징으로 알려져 왔다. 또한 토끼는 여러 마리의 새끼를 낳기 때문에 번창이나 풍요를 의미하기도 한다.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 깡총깡총 뛰면서 어디를 가느냐~”로 시작하는 동요가 있듯이 우리에게 친근한 동물로 오랜 세월을 함께해 왔다. 

토끼띠 해에 태어난 사람은 온순하고 상냥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알아 감수성이 뛰어나며, 다투는 것을 싫어한다고 한다. 또한 매사에 분명하고 논리 정연하며 총명한 편이라고 한다. 옳고 그름을 구별하는 능력이 있고 때로는 신중하고 진지한 모습을 갖추고 있어 삶에 어려움이 닥쳤을 때에도 자신의 힘으로 잘 극복해 낸다고 한다. 토끼띠는 또한 예술적인 재능과 감각이 풍부한 편이라고 한다. 

간지는 10간과 12지가 순차적으로 결합

계묘년 검은 토끼의 해처럼 간지상의 해를 어떻게 따지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간지상의 해는 10개의 천간(天干)과 12개의 지지(地支)가 순차적으로 배합해 만들어진다. 천간과 지지는 다음과 같다.

천간(10간) :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

지지(12지) :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

이 10간과 12지가 순차적으로 결합해 계묘년처럼 간지상의 해가 이루어진다. 2022년은 임인년 검은 호랑이의 해였고, 2023년은 계묘년 검은 토끼의 해다. 다가올 2024년은 푸른 용의 해인 갑진년, 2025년은 푸른 뱀의 해인 을사년이 된다. 지나간 계묘년은 올해에서 60을 빼면 되므로 1963년이다. 간지는 이 60가지 조합이 반복되므로 육십갑자 또는 줄여 육갑이라 부르기도 한다. 띠 앞에 색깔이 붙는 것은 10개의 천간이 저마다의 색깔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갑(甲), 을(乙)-푸른색(청색)
병(丙), 정(丁)-붉은색(적색)
무(戊), 기(己)-황금색(황색)
경(庚), 신(辛)-흰색(하얀색)
임(壬), 계(癸)-검은색(흑색)

2023년 계묘년은 ‘계’가 검은색이고 ‘묘’가 토끼이므로 검은 토끼의 해가 된다. 띠는 이처럼 사람이 태어난 해를 10간의 각 색깔과 12지가 나타내는 동물의 이름으로 이르는 것이다. 지지가 뜻하는 동물은 다음과 같다. 

자(子)-쥐, 축(丑)-소, 인(寅)-호랑이, 묘(卯)-토끼, 진(辰)-용, 사(巳)-뱀, 오(午)-말, 미(未)-양, 신(申)-원숭이, 유(酉)-닭, 술(戌)-개, 해(亥)-돼지

이렇게 간지의 해는 천간과 지지의 결합, 즉 색깔과 동물의 결합으로 그해의 띠가 결정된다. 토끼의 해는 12년마다 돌아오지만 검은 토끼의 해, 즉 계묘년은 60년마다 돌아온다. 
 
계묘년은 정확히는 음력 1월 1일 시작

그렇다면 2023년 계묘년은 이미 시작된 것일까? 1월 1일 아침 뉴스에서는 “2023년 계묘년 새해가 밝았습니다”라는 식으로 말하기 일쑤다. 하지만 먼 옛날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간지상의 개념은 양력이 아니라 음력으로 따진다. 정확하게는 아직 계묘년이 아니다. 설날(음력 1월 1일)인 1월 22일에야 비로소 계묘년이 시작된다. 양력과 음력의 날짜가 다르다 보니 간지상 개념을 적용하는 데 혼란이 온다. 요즘은 대부분 양력으로 해를 구분하므로 어느 정도 용인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상식적으로라도 음력 1월 1일인 설날이 돼야 비로소 계묘년이 시작된다는 것은 알아두면 좋을 듯하다.  

새해의 시작과 관련해서는 다소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달력상으론 일반적으로 음력 1월 1일을 새해의 시작으로 보지만 주역파(周易派) 또는 역경파(易經派)는 동지(冬至)부터, 사주를 보는 사람들은 입춘(立春)일부터 새해로 간주한다고 한다.

즉 달력으로 계산하면 음력 1월 1일이 가장 정확한 새해에 해당하지만 음양(陰陽)으로 따지면 동짓날 다음부터 양(陽)이 길어지기 시작하므로 새해로 보았고, 명리학의 관점에선 날씨가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입춘일을 새해로 생각했다고 한다.
 
음력 개념을 양력과 혼동해 흔히 잘못 사용하는 것으로는 ‘구랍’도 있다. 구랍(舊臘)은 섣달(음력 12월)을 뜻하는 한자어다. 따라서 음력 1월 1일이 되어야 비로소 지나간 음력 한 달을 ‘구랍’이라 부를 수 있다. 해가 바뀌면 양력을 기준으로 ‘구랍 30일’ ‘구랍 31일’ 등으로 쓰는 경우가 있으나 음력과는 날짜 자체가 맞지 않는다. ‘구랍’은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이고 양력으론 맞지 않는 개념이므로 ‘지난해 12월 31일’ 등으로 쉽게 풀어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토끼는 재빠르면서도 성실하고 매우 영민한 동물이라고 한다. 더불어 검은색은 오래전부터 인간의 지혜를 관장한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계묘년 검은 토끼의 해는 지혜로우면서도 영민함이 넘치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 재빠른 토끼가 강인한 뒷발로 장애물을 가뿐히 뛰어넘는 것처럼 코로나19 팬데믹이 말끔히 정리되고 대외적인 여러 어려움이 해소돼 우리의 삶이 더욱 안정되고 풍요로워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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