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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유의 세상 촉] 2022년 호랑이와 2023년 토끼

작성일 : 2022.12.2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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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유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신종여시 즉무패사(愼終如始 則無敗事)’. 노자가 도덕경에서 한 말이다. “시작할 때와 같이 끝맺음도 신중히 하면 실패할 일이 없다”는 의미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 호랑이해가 저물고 2023년 계묘년(癸卯年) 토끼해가 오면서 이 문구처럼 와 닿는 말도 없을 듯하다. 시작할 때의 초심(初心)을 지키면 모든 일이 무탄하다. 하지만 그 초심을 지키기 쉽지 않은 게 세상사다. 일상의 연속인 삶 속에서는 무수히 많은 일이 벌어지는 까닭이다. 

初心 중요…모든 출구는 또 다른 입구

호랑이가 물러간다고 끝이 아니다. 토끼가 힘차게 달려온다. “모든 출구는 또 다른 길로 들어서는 입구(Every exit is an entry to somewhere)”인 것 또한 세상 이치다. 월드컵만 해도 그렇다. 끝난 게 아니다. 4년 후 또 다른 월드컵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이 16강 진출의 쾌거를 일궈낸 게 끝이 아니다. 4년 후 8강 진출을 위한 힘찬 시동을 토끼해에 걸어야 하는 것이다. ‘신종여시 즉무패사’의 자세가 필요하다. ‘축구의 신’ 메시도 그랬던 것 같다.

2022년을 반추해 보면 참으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진보와 보수 정권의 교체에 따른 윤석열 정부 출범, 계속된 코로나19 고통, 경기 침체, 이태원 참사, 북한의 미사일 도발, 정치권의 첨예한 대립 등 국내적으로 많이 일이 있었다. 국제적으로 눈으로 돌려도 그랬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지고 새해를 맞는 지금까지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지속되고, 세계적인 경기 침체, 글로벌 정치·경제 파워 게임이 치열하다.

임인년의 거친 파고는 계묘년에는 수그러들까. 결코 그럴 것 같지 않다. 국내적으로는 정치권의 대립이 더 거칠어질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을 발목 잡으려는 야당의 거친 태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거친 의혹, 그리고 2024년 4월 총선을 앞둔 여야의 거친 대립이 더 거세질 듯하다. 그런 와중에 민생은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정쟁만 난무한다면, 우리 국민은 더 고달픈 2023년을 보낼 수도 있다. 

계묘년의 첫 발, 부푼 꿈을 실현해야

하지만 상심할 필요는 없다. 월드컵에서 손흥민 선수가 마스크 투혼을 불사르자 선수들이 똘똘 뭉치고, 이강인·조규성·백승호 등 신예의 활약이 4년 후를 기대케 하는 희망을 우리는 가슴에 새겼다. 대한민국은 월드컵 축구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신구(新舊)의 조화, 리더와 선수의 열정, 그리고 국민의 열정적인 성원의 3박자가 16강의 동력이 되었다. 우리나라가 세계 10위를 넘어 5대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월드컵 16강과 같은 3박자가 필요하다. 

그 시작이 2023년 계묘년이다. 토끼는 영리하다. 토끼는 빠르다. 토끼와 여우가 달리기를 하면 왜 토끼가 이길까? 토끼는 목숨을 걸고 뛰고 여우는 식사를 위해 뛰기 때문이다. 이를 ‘목숨과 식사의 법칙(life and fox principle)’이라고도 한다. 치열함이 있으면, 목숨 걸고 노력하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일종의 은유(隱喩)다.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 자치단체장 등 각계의 리더가 세대 간, 진보와 보수 간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목숨 걸고 노력하면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그런 시작을 2023년에 다시 해야 한다. 

2023년은 2022년보다 더 다사(多事)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국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다. 국내적으로 국민통합은 아직 요원하다. 엄동설한에서 서울 광화문에서는 보수와 진보의 시위가 끊이지를 않는다. 윤 대통령이 밝혔듯이 노동·연금·교육은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 세 분야 다 인기 없는 정책이고 진영 간 대립이 첨예하다. 정권 초기인 계묘년에 추진동력을 살리지 못하면 공염불에 그칠 게 뻔하다. 이런 우를 피하려면 국민통합의 정치가 필수다. 

잘못하고 고치지 않는 ‘過而不改’ 추방을

국민통합의 솔선은 대통령부터 정치권이 보여야 한다. 과이불개(過而不改), 즉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 고질병”으로는 국민통합은 어림도 없다. 과이불개는 논어의 ‘위령공편’에 나오는 말이다. 공자는 ‘과이불개 시위과이(過而不改 是謂過矣)’, 즉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 한다”고 설파했다. 인공지능(AI) 시대라는 요즘에도 딱 들어맞는 말이다. ‘내로남불’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 통용어가 되었으니, 공자의 말이 한 치도 틀림이 없다. 

과이불개나 내로남불은 정치권에만 쓴소리로 하는 말은 아니다. 우리 일상에서도 그런 일은 수시로 발생한다. 가정에서도 그렇고, 직장에서도 그렇고, 사적 모임에서도 크고 작은 다툼은 일어난다. 잘못은 인정하고 고치면 되는 게 핵심인데 인간은 그런 자기반성에 유약하다. 거기서 내로남불이 싹튼다. 일일삼성(一日三省)은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하루에 한 번만이라도 하늘을 바라보고 생각해보면 마음이 정갈해질 수 있다. 자신을 되돌아보는 좋은 방법이다. 

강화군도 계묘년에 힘차게 도약하기를 

나랏일도, 지역일도 이치는 다르지 않다. 지난해를 돌아보며 잘된 일은 살리고, 잘못된 일은 고치면 더 튼실하게 살림을 꾸려갈 수 있다. 경계해야 할 것은 아첨꾼이나 모리배의 혀에 놀아나는 문과수비(文過遂非)다. 즉, “과오를 그럴듯하게 꾸며대고 잘못된 행위에 순응”하는 리더가 있으면 그 공동체에는 희망이 없다. 민심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민심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수즉재주, 水則載舟), 배를 뒤집기도 하기 때문이다(수즉복주, 水則覆舟).

이제 힘찬 계묘년이다. 연말연시를 잘 보내며 ‘신종여시 즉무패사(愼終如始 則無敗事)’의 마음가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국가적으로는 경제위기를 잘 극복하고, 국정 3대 개혁과제인 노동·연금·교육의 새 설계를 힘차게 추진하며 국민통합의 전기를 마련하기를 기원한다. 우리 강화군에서는 군민의 행복과 삶의 질을 업그레이드하고, 전국 자치단체의 모델이 되는 ‘강화발(發) 혁신 행정’의 원년이 되기를 기원한다. 2022년은 출구가 아닌 2023년으로 들어가는 입구다. 우리는 지금 그 입구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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